맛이란 무엇인가? 맛은 사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맛은 우리 뇌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정교한 레이더 시스템이다. 영양소를 섭취하고 독을 피하기 위한 능력이다. 그래서 맛은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고유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명의 진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미생물은 생존과 적응의 천재들이다. 그리고 인류는 아주 먼 옛날부터 미생물의 놀라운 능력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왔다. 그렇기에 미생물은 우리가 기른 ‘최초의 가축’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발효는 ‘부패’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다. 그 때문에 본능적인 ‘역겨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미생물과 공존해 왔다. 우리의 상상 훨씬 이전부터 말이다.
인류는 단단한 곡물을 으깨고 가공해 반죽으로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 곡물에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농경’이라는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빵, 떡, 면, 튀김, 우리는 자연물을 해체하여 우리에게 더 유리한 무언가로 재창조해왔다. 우리는 가장 다양한 재료를 음식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 지구에서 가장 번영한 종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요리는 더욱 커다란 변화를 의미하게 될지 모른다.
인류의 수많은 요리법은 결국 자연물에 열에너지를 전달해서 소화 흡수에 유리한 상태로 바꾸는 것, 거기에 더해 고온을 이용해 독특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풍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음식을 요리하는 능력은 인간의 탄생과 깊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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